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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척추수술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중앙대의료원 김영백 교수
  •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예술'과 '의술'은 꼭 닮은 쌍둥이”
  • [메디컬투데이 허지혜 기자]
    목재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목공예를 즐기며 척추수술도 곧 예술이라 말하는 이가 있다. 바로 척추수술계의 예술인, 중앙대의료원 신경외과 김영백 교수다.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영백 교수는 틈틈이 작업해 온 목공예 작품을 모아 개인전을 열 정도로 예술에 조예가 깊다. 톱과 드릴, 해머로 평일에는 척추수술을 하고 주말에는 목공예 작품을 조각하는 그는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 차가운 메스를 들고 척추수술을 하는 일과 따뜻한 느낌의 목재를 조각하는 일은 상이하게 느껴진다. 어떤 공통점이 있나?

    둘은 서로 다르지 않다. 내게는 수술도 따뜻하게 느껴지니까. 예술과 의술은 모두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서로 꼭 닮은 '쌍둥이'라 할 수 있다. 의사는 환자를 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연주자는 청중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즐겁게 해주는 ‘행복전도사’인 것이다.

    ◇ 김영백 교수가 전문으로 하는 척추수술 이야기를 더 자세히 해보자. 예를 들어 허리 디스크의 경우 대체 얼마만큼 아파야 수술을 하는 건지 의사마다 병원마다 처방이 달라 환자들이 헷갈려 한다. 디스크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돼야 수술을 고려할 수 있나?

    디스크를 수술 없이 보존적 방법으로 치료할 단계가 지나 마비 증상이 오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당연히 수술을 권한다. 그러나 척추수술을 해야 할지 판단 여부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방사선촬영과 신경학적 검사 결과 이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져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 결국 전문의의 경험학적 판단에 달린 문제로 봐도 되는가?

    모든 것을 다 경험에 의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의사의 판단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의료인이라면 언제나 자신의 판단을 뒤돌아보고 반성하는 자기성찰의 자세가 필요하다. 전문가라고 자만에 빠지면 절대 정확하고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 최근 척추수술이 부담스럽다고 신경성형술이나 인대강화 주사요법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척추수술을 하는 전문의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신경성형술을 받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가 나타난다면 이 역시도 괜찮은 치료 방향이다. 또 인대강화 주사로 인대가 튼튼해지면 디스크 증상이 호전되겠지만 이 시술은 아직 객관적 검증이 필요한 치료법이다. 또 질환의 원인부터 제거하는 근본적인 치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요즘 척추수술을 너무 위험하고 거창하게 표현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킨 측면이 많다. 지나가다 ‘허리 디스크, 아직도 척추수술 받나요?’라고 쓰인 광고 문구를 본 적도 있었다. 마치 척추수술 받으면 크게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척추수술을 지나치게 나쁜 이미지로 몰아간 반면 신경성형술은 부담이 없고 손쉬운 ‘시술’이라고 집중 홍보를 하고 있었다. 척추수술과 신경성형술은 같이 놓고 선택할 성격의 치료법이 아니다. 수술이 받기 싫다고 무조건 비급여의 고가 신경성형술을 받고자 하는 것은 옳지 않다.



    ◇ 환자들 증상에 따라 어디까지 수술을 해야 하고 또 어디까지는 수술이 필요 없는지에 대한 지침이 있었으면 수술에 대한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학회활동을 하다가 느낀 것인데 같은 척추부분을 치료하는 신경외과와 정형외과가 정례적으로 만나 수술에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 과 의사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최신 의학지식을 나누면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얼마 전 신경외과학회 신년사를 통해 ‘척추수술에 부당한 수가 책정’이란 표현을 썼다. 혹시 척추수술에 대한 수가인상을 주장하고 있나?

    의사로서 매우 예민한 문제지만 우리나라의 현행 수가제도는 의료보험제도가 생기던 때부터 ‘평등주의 관행’에 젖어 획일적이면서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 무조건 수가를 올리자는 것이 아니라 응급환자나 수술환자를 다루는 진료과에 보다 충분한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 학회활동에 진료도 보고 수술까지 상당히 바쁜 일정인데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따로 하고 있는 운동은 없지만 내게는 목공예가 취미이자 곧 운동이다. 무거운 통나무를 나르고 쪼개고 톱질하면서 저절로 운동이 되더라. 동시에 작품 활동하면서 스트레스도 날릴 수 있다. 또 조각칼을 다루면서 손이 섬세해지니 수술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 목공예가 일석 삼조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기자와의 인터뷰 말미에 김영백 교수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부부가 한 달에 한 번 음악동호회에 가는 날인데 회원들을 위해 아내가 디저트를 만들어 간다”며 황급히 일어선다.

    몇 해 전 김영백 교수는 아내와 함께 ‘나무와 디저트’란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김 교수의 목공작품 한 페이지에 또 다른 한 페이지에는 아내의 디저트 요리가 소개된 화보집이다.

    김영백 교수는 “본인의 목공작품과 집사람이 만드는 디저트 요리법을 함께 소개하자는 취지로 책을 펴냈다”며 “책 판매 수익금 전액은 몽고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국립모자보건센터에 기증했다”고 수줍게 미소 지었다. 30년 지기 아내를 직접 차로 데리러 간다며 서두르는 그의 뒷모습이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메디컬투데이 허지혜 기자 (jihe9378@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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