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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인기과 기피하는 전공의들, 위협받는 국민건강
- 수술 많지만 돈 안되는 진료과목 피하는 인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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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투데이 허지혜 기자] 2011년도 '전공의' 모집이 마감되자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기피과의 부진이 해마다 대물림되고 있음이 여실히 증명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될 경우 국민 건강에 막대한 해를 끼칠 것은 물론이며 의료계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지난 1일 공개된 전공의 모집현황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항목이 많은 피부과와 성형외과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해 그 인기를 증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수가인상에도 불구하고 외과와 흉부외과의 경쟁률은 초라하기만 했고 산부인과 등 대표적인 기피 과목 역시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에서 줄줄이 미달 사태를 맞았다.
◇ 전통의 강자 피·안·성
피부과는 정원 69명에 107명이 지원해 1.6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성형외과도 1.4대 1로 최종 마감됐다. 또한 106명을 모집한 안과에는 132명이 지원해 대다수 병원들이 정원을 넘겼다.
경기도 소재의 모 대학병원의 성형외과에 지원한 인턴 A씨는 “서울 지역 병원의 장점을 버리면서도 내가 꼭 하고 싶은 성형외과를 택했다”며 “만약에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낙방한다면 군대를 다녀와서라도 다시 성형외과 전공의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학병원 관계자 B씨는 “우수 인재들이 상대적으로 피를 안 보는 진료과목으로 몰려 수술이 필요한 진료 과목은 전공의 기근현상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흉부외과나 외과에서 수술을 해야 할 의사가 바닥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해마다 부진 이어가는 외·흉·산
흉부외과와 외과는 정부가 각각 100%와 30%의 수가 인상이라는 특혜를 내걸었지만 인턴들의 외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흉부외과는 65명의 정원 중 절반도 되지 않는 25명만이 지원해 0.4대 1 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외과도 마찬가지였다. 수가가 인상됐지만 경쟁률 0.5대 1을 기록해 대학병원 외과과장의 시름을 깊게 만들었다.
게다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서울 지역의 주요 병원들조차 외과 미달사태로 체면을 구겼다. 정원을 다 채워 자존심을 회복한 서울아산병원도 외과 12명과 흉부외과 5명 정원에서 각각 12명과 5명을 모집해 간신히 정원을 채운 수준이다.
이에 대구 소재의 대학병원 흉부외과 C교수는 “수가를 아무리 올려도 인턴들이 지원을 안 하는 것은 흉부외과의 고된 업무 탓이다”며 “피 안보는 진료과목을 선호하는 인턴들의 이기적인 행태도 문제다”며 침통해 했다.
산부인과의 사정도 외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산 소재의 모 대학병원 산부인과 D교수는 “최근 저출산으로 산부인과 이용 환자들이 크게 줄어들어 산부인과는 돈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러다가 우리나라 산부인과도 일본처럼 베트남 산파를 수입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외에도 비뇨기과가 0.4대 1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안과를 지원했다는 인턴 E씨는 “비뇨기과는 아무래도 인식이 좋지 않다”며 “평생 해야 하는 일인데 본인이 여자라서 그런지 비뇨기과를 선택하기 꺼려졌다”고 밝혔다.
◇ 떠오르는 강호 정·재·영
올해 전공의 지원률 분석결과 인기과로 떠오른 신흥 강호는 정신과와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였다. 특히 정신과는 총 120명의 정원 중 231명이 지원해 1.9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대학병원 관계자들은 정신보건법상 정신병원은 60병상 당 1명 이상의 전문의를 배치해야 하는 규정이 생겨 최근 정신과 전문의의 몸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재활의학과는 고령화의 영향으로 요양병원이 전국에 830여개가 설립되는 등 의사의 수요가 급증해 인기가 많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재활의학과는 103명 모집에 154명이 원서를 내 1.5대 1로 마감됐다.
또한 영상의학과는 국민들 사이에 웰빙 바람이 불면서 검진 의학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인기를 끌게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 소재의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F교수는 “건강 검진을 원하는 환자가 증가하자 과거에 비해 CT, MRI, 초음파 등의 검사 수요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방 소재 작은 규모의 병원에서도 종합검진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 영상의학과 의사에 대한 수요가 많고 전망도 밝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허지혜 기자 (jihe9378@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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